두산재단의 중앙대 인문계열 통폐합 등 인문학 죽이기에 맞서 고공농성을 벌이다 퇴학처분을 당한 노영수 학생당원이 재단의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두산재단의 '국토대장정'을 따라가면서 3보1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익산에서 시작된 사보일배는 13박 14일 동안 진행되며 7월 7일 창원에서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관련 기사와 노영수 당원의 글을 싣습니다.

 

 

 

 

[레디앙] 중앙대 퇴학생, 13박14일 삼보일배
노영수씨, 창원 두산중공업까지…징계 처분 철회 촉구
일방적인 학과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지난 4월 타워크레인 시위를 벌인 이유로, 퇴학 처분을 받은 중앙대학교 학생 노영수 씨(독문과 3학년)가 오는 24일부터 징계 처분 철회를 촉구하는 삼보일배에 나서기로 했다. 중앙대는 지난 2008년 두산그룹이 학교를 인수한 이후 ‘기업식’ 학사운영을 펼친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13박 14일 간에 일정으로 진행될 예정인 이번 삼보일보는 오는 24일 익산을 출발해, 전주, 완주, 진안, 장수, 함양, 산청, 진주, 마산을 거쳐 다음달 7일 창원 두산중공업에서 마무리되며, 노영수 씨의 투쟁을 지지하는 중앙대 철학과 학생 1명이 삼보일배에 동참하기로 했다.

   
  ▲심보일배 웹자보와 노영수 씨 (사진=노영수 씨 제공, 손기영 기자)  

 

하지만 학과 구조조정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노영수 씨와 함께 학교 측으로부터 징계를 받은 김주식 씨(철학과 4학년, 퇴학), 김창인 씨(철학과 2학년, 무기정학), 표석 씨(국문과 3학년, 유기정학)는 개인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삼보일배에 동참하지 못했다. 이에 앞서 노영수 씨는 24일 오후 2시 서울 두산그룹 본사 앞에서 출정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이번 삼보일배는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열리는 '중앙대 국토대장정'의 코스(창원~부산 구간 제외)에서 진행되며, 박용성 이사장이 중앙대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았다. 노영수 씨는 이곳에서 삼보일배를 벌이며 국토대장정에 참여한 중앙대 학생들에게 징계 문제의 부당성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노영수 씨는 23일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김주식 씨와 함께 두산그룹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해왔는데, 최근 두산 측이 집시법 위반 혐의로 우리들을 고발했다”라며 “또 학교 부총장은 변호인들을 통해, 징계를 받은 학생들의 학교 출입을 금지하는 가처분신청을 내겠다고 경고했는데, 저를 포함한 학생들의 징계를 철회시키기 위해 더욱 공세적으로 대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한편 중앙대는 "시대의 변화에 맞게 학과를 재편한다"는 명분으로 현재 18개 단과대학 77개 학과(부)를 10개 단과대학 46개 학과(부)로 만드는 학과 구조조정안을 지난 4월 8일 이사회에서 통과시켰으며, 학생들은 인문학 등 기초학문의 위축을 우려하며 반발해왔다.

2010년 06월 23일 (수) 15:51:37 손기영 기자

 

 

 

 

- 1일차 -

 

수십 명의 두산직원들의 눈총을 받으며 본사 앞에서 출정식을 하였습니다. 고작 세 명. 같은 시간 학교체육관에서 열린 국토대장정출정식에 비하면 많이 초라한 것이었지만 우리는 당당했습니다. 지난 본사 앞 1인 시위를 빌미로 두산으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지만 다시 그 자리에 서서 이사장의 비행을 규탄한다는 것에 묘한 쾌감이 들더군요.

 

익산으로 가는 열차를 타기위해 용산으로 이동했습니다. 몇 명의 친구들로부터 배웅을 받았는데 마치 입영열차라도 타러가는 것처럼 기분이 꿀꿀하더군요. 다 같은 남자끼린데 몇 분 동안 기다리다가 열차가 움직이는데도 플랫홈에서 자리를 뜨지 못하고 손을 흔들어 주던 친구들의 눈빛에도 걱정이 가득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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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인터넷 한겨레)

 

 

- 2일차 -

어제 익산에 도착한 이후부터 학교의 국토대장정팀을 찾기 위해 새벽까지 차를 타고 인근 초등학교를 뒤졌지만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지역택시에 무전도 때려보고 인편을 통해 정보과에 수소문도 해보고 전주와 익산을 잇는 여러 갈래의 길을 수십 번 오가며 샅샅이 뒤졌지만 행방을 찾을 길은 없더라고요. KBS에서 취재를와서 잠시 삼보일배를 한 것 말고는 대장정팀만 쫓다 하루를 허비했네요. 그들의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은 예상 밖의 난관이었고 전체계획에 차질을 줄 수밖에 없는 중대한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찜찜한 기분으로 하루는 마무리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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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차 -

전주역부근에서 진안방향으로 들어오는 길. 26번 국도상의 화심이라는 곳에서 삼보일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이 길을 지나가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 느긋이 대장정팀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온종일 삼보일배를 하였습니다. 하루 동안 무려 10Km를 진행하였지만 여건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중앙분리대 사이로 고속도로처럼 차량은 양방향으로 질주하였고 비좁은 갓길로 인해 우리는 차선을 넘나들어야 했으며 시작부터 예기치 못한 안전상의 문제들이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굉음을 내며 속절없이 지나치는 사람들이 우리의 사정을 알기나 할까요? 끝내 대장정 팀과 마주치지 못하고 진안읍에 이르렀고 익산이나 전주에서처럼 당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여관방을 하나 잡고 하루 종일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식당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밥을 거의 다 먹어가고 있는 데 식당으로 교직원 분들이 들어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서로 움찔하며 잠시 묘한 분위기가 흐르기도 했지만 금세 자리를 합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며 제법 흐린 날씨 속에서도 살갗이 많이 탔더군요. 여관방으로 돌아와 씻고 졸도하듯이 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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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차 -

 

아침에 일어나 보니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던 월드컵 축제도 막을 내렸더군요. 기분 좋게 진안을 빠져나와 이틀차 삼보일배를 시작하였습니다. 역시나 이튿날 오전 일정이 가장 버겁네요. 온몸이 시체처럼 뻣뻣이 굳어 있는 상황에서 발동을 한다는 게 참... 첫날은 손바닥으로 아스팔트를 밀쳐내며 땅을 박차고 앞으로 나아갔지만 오늘은 철퍼덕철퍼덕 고꾸라지고 땅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그렇게 오전 일정을 마무리 하고 점심을 결하기 위해 다시 진안읍으로 들어갔습니다. 식당을 찾아 읍내를 걷다보니 민주당 정세균대표의 사무실이 보이더라고요. 뭐 여비도 넉넉지 않던 차에 한 끼 비벼볼 요량으로 유인물을 한 장 꺼내들고 사무실로 갔더니... 이런! 일요일이라 문이 닫혀있네요.

 

오후엔 그토록 기다리던 대장정 대열과 길바닥에서 맞닥뜨리고 말았습니다. 흥분되고 긴장되었던 순간... 각종협찬사의 깃발을 들고 가는 대열이 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질까요. 같은 곳을 향해 가고 있지만 결코 같은 생각일 수 없는 중앙대학생들과의 동행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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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차 -

 

장수의 농민당원들께서 자택의 방 한 칸을 내주셔서 어느 때보다도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밀린 빨래도 하고 아침도 거르지 않고 여러모로 좋더라고요. 그래도 몸 상태가 찌뿌둥한 건 어쩔 수 없네요. 간밤에 터트린 무릎의 물집이 채 아물기도 전에 다시 삼보일배를 해야 했습니다. 온몸에 스프레이 파스를 뒤범벅해도 근육통은 가시지 않고 무엇보다 손으로 땅을 짚을 때의 충격이 손목과 어깨에 차곡차곡 쌓여 관절의 통증으로 되돌아오더라고요. 문제는 허리의 통증마저 감지됐다는 거. 이튿날만 어떻게 개기면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몸 상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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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차 -

 

전북에서 경남으로 넘어오면서 전체일정도 삼분의 일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던 장수의 생태마을, 특히 화장실을 집밖으로 쫓아낸 순환농법의 이야기들을 뒤로하고 육십령 너머의 국도변에서 다시 삼보일배를 시작하였습니다. 남쪽지방이 월요일까지 장마라 하더니만 아침부터 고운해가 방긋 솟았네요. 정말오늘의 날씨는 가관이었습니다. 땡볕이라고 하죠! 어제까지만 해도 3보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정말 단 세 걸음도 사람을 휘청거리게 하네요. 물론 1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땅을 짚는 손바닥부터 지열이 곧장 파고드는 종아리, 허벅지까지 몽땅 빨갛게 익어버렸네요. 선크림을 챙겨 바르는 후배들에게 밀가루 반죽을 발라 뭐하냐며 와일드한 척하다가 오늘 완전 피 봤습니다.

 

너무 고립되는 것 같아 KBS에 보도일정을 문의해 봤더니 초등학생 성폭행사건으로 이슈가 쏠린답니다. 한숨이 나오네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준비해간 무릎보호대가 모두 절단이 났고 그렇게 오늘의 삼보일배가 마무리 됬습니다. 함양읍내의 모텔방에서 무릎보호대를 수선하며 하루를 정리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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